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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중 문화칼럼] 천사의 나팔꽃과 호수의 잉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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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가수 권오중 작성일20-09-02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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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가수 권오중예전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나라를 24년 만에 방문했다. 교황은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방문기간 내내 교황의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되었다.
 
  크고 좋은 차를 타지 않고 작은 차를 탔다. 교황의 십자가 목걸이와 신발은 오래된 것이다. 아프고 소외된 이웃을 찾아 그들을 위로하였다. 낮은 자세로 임하고 낮은 곳을 찾아 아픔을 같이 나누었다. 교황의 이런 자세와 마음이 마치 천사의 나팔꽃 같다.

 
  하늘 문이 열리고/미리내가 쏟아져 내리던 날/홀연히 지상에 내려온/하늘의 천사//여린 가지에/물구나무서듯/거꾸로 세상을 바라보며/지상을 향해/하늘의 나팔을 불어댄다//지상의 영화는 찰나이고/햇빛에 스러지는 안개 같은 것/낮은 자리에 머물러/겸허한 마음으로 살라고/하늘의 나팔을/소리 없이 불어댄다//별이 뜨면/천상天上을 향한/어찌할 수 없는 그리움에/진한 향내를 뿜어내며/향그런 나팔을/밤새도록 불어댄다 -권오중,'천사의 나팔꽃'

 
  천사의 나팔꽃은 매우 크다. 그러나 자기를 뽐내기 위해 하늘 향해 피지 않고 땅을 향한다. 교황(敎皇)은 세계의 커다란 존재이다. 그렇지만 세계인의 교종(敎從)으로서 낮은 자리에 머문다.
 
  낮은 자리에 머물러 겸허한 마음으로 살라고 하늘의 나팔을 소리없이 불어대는 천사의 나팔꽃처럼 섬김의 자세(Servant Leadership)를 몸소 실천한다.
 
  또한 그 꽃은 낮에는 자신의 향기를 내뿜지 않다가 밤이면 진한 향을 뿜어낸다. 낮에는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바로 교황이 그렇다. 그래서 양지를 찾지 않고 소외된 곳 음지를 찾았다.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자. 욕심이 난무하고 정쟁으로 영일이 없는 욕계(欲界)이다. 사람들에게 길들여진 호수의 잉어를 빼닮았다. 

호숫가 다리 밑/신나는 구경거리가 생겼다/다릿가 사람들/물속의 잉어를 바라보고/떼를 지어 는적는적 노니는 잉어/물끄러미 사람들을 쳐다본다//과자를 던지면/물속은 아수라장이 되고/서로 먼저/차지하려 난리다/물속 평화는 깨지고/무질서 상태이다/그 순간 양보란 없다//먹이를 차지한 잉어/기쁨의 환호성을 지르며/또 기회를 노리고/먹이를 차지하지 못한 잉어/분루憤淚의 눈물을 삼키며/다음 기회를 노리고 있다//다리 밑 잉어를 빼닮은/우리네 세상/돈과 명예가 던져지면/그것을 차지하려/아우성치는 모습/영락없다//큰돈과 명예는/잠시 가지고 노는/장난감에 불과하다 -권오중,'호수의 잉어'

벼는 익으면 고개를 숙인다. 그러나 사람들은 높은 자리에 오르면 교만해지기 쉽다. 개구리 올챙이 시절을 잊는다. 무슨 특권인양 전가傳家의 보도寶刀를 휘두르기 쉽다. 마치 머리를 꼿꼿이 세우고 피는 악마의 나팔꽃처럼 행동하기 쉽다.
 
  노블레스 오브리지(Noblesse Oblige)정신을 망각하고 당장 눈앞의 것만을 보고 경솔하게 판단하면 일을 그르치고 자신의 인격을 망가뜨린다.'땅콩 리턴'사건이 그랬다. 기업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국제적 망신살을 샀다. 조그만 빈대 잡으려다 초가집을 태웠다. 남의 티끌은 대들보처럼 보이고 자신의 티끌은 보이지 않는 법이다.
 
  땀을 흘리며 산의 정상에 올라보자. 그리고 잠시 지상을 바라보자. 아파트가 성냥갑처럼 보이고 세사의 번뇌가 부질없어 보인다. 세사의 명리名利는 하늘에 떠있는 뜬구름처럼 덧없어 보인다.
 
  오월이면 홀딱 벗고 새(검은등뻐꾸기)가 "홀딱 벗고 홀딱 벗고"를 외치며 이산 저산을 오간다. 마치 우리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으라고 외치는 듯하다. 홍수가 지면 커다란 댐이 물을 비우듯 마음을 비우며 살자. 과욕을 경계하는 계영배戒盈杯처럼 욕심을 비우며 살자. 마음이 가벼우면 만사가 편하다.
시인·가수 권오중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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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