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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의 라오스로 소풍갈래?] 지옥에서 건져낸 라오스의 유토피아 방비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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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 작성일20-08-13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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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비엥에서 가장 잘 알려진 블루라군에서 즐기는 배낭여행자들.   
[경북신문=이상문기자] 방비엥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한 이유는 경제학적 측면으로 따져 봐도 수긍이 간다. 정말 싼 숙소와 마음대로 골라먹을 수 있는 다국적 음식들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대도시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가격의 숙소가 깨끗하고 친절하다면 며칠을 눌러앉을 첫째 이유가 된다.

  걸어서도 서너 시간이면 다 돌아볼 수 있고 자전거를 타면 한 시간에 끝나버리는 작은 마을이라는 점도 여행자들에게 안식의 감동을 선사한다. 길거리에서 사먹는 음식은 특별히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누구의 입맛에도 거슬리지 않고, 음료수 한 잔 가격에 배를 불릴 수 있다면 호주머니가 얇아지는 걱정도 잠시 접어둘 수 있다. 
                      ↑↑ 방비엥의 새벽시장에 나온 고산족들.   
  ◆어드벤처 투어의 천국 방비엥

  무엇보다 방비엥에서는 자연을 활용한 다양한 신체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젊은 여행자들이 열광하는 가장 큰 이유다. 쏭강에 튜브를 띄우고 그 튜브 위에 앉아 한나절을 하류로 내려오는 여유와 카약을 타고 노를 젓다가 깊지 않은 쏭강에 빠져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자전거를 타고 느리게 달리는 것이 싫어지면 오토바이를 빌려서 방비엥을 떠나 깊은 산속에 살아가는 고산족 마을을 방문하는 재미도 있고, 그것도 싫다면 버기카를 렌트해서 울퉁불퉁한 자갈길을 거칠게 달리는 쾌감을 즐길 수 있다.

  또 있다. 적지 않은 현지인들이 마을에 살고 있지만 그들은 대부분 여행자들을 상대로 밥벌이를 하는 상인들이므로 현지인들과의 문화 충돌을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여행자들이 집중적으로 모이는 구역은 그들만의 독립된 공간이며 특별한 규율이나 정해놓은 원칙이 존재하지 않는다.
 
  여행자들을 상대로 하는 현지인들도 그 정도는 안다. 그러므로 여행자들은 방비엥에서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사회적 제약과 삶의 강박관념에 묶였던 여행자들은 방비엥에서 해방을 경험하고 하늘을 향해 제각각의 삿대질을 할 자유를 부여받는다.
                     ↑↑ 방비엥 여행자거리의 여행자들.   
◆천국, 그러나 지옥

  방비엥을 일컬어 '배낭여행자들의 천국'이라고 부른다. 맞다. 천국이다. 누구의 눈치를 살피지 않아도 되는 곳이 현대인들의 천국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하지만 이 천국이 타락한 적이 있다.
 
  21세기 초까지만 하더라도 천혜의 자연과 구수한 인심으로 평화와 안식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방비엥이 한순간 몰락했다. 바로 자유를 넘은 타락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양 여행자들은 쏭강변 방갈로의 평상에서 위스키에 마약을 섞어 마시고 광란의 파티를 즐겼다. 길거리로 뛰쳐나와 고성방가를 저지르고 밤새 좁은 마을길을 돌면서 발광을 했다. 더러는 싸움이 일어나 피흘리며 쓰러지는 축들도 생겼고, 남녀가 뒤엉켜 혼음을 일삼는 일도 버젓이 일어났다. 세상의 몇 안 남은 유토피아 중 하나가 피기도 전에 시들고 있었다.

  평화롭고 고요하고, 낮에는 젊은이들의 건강한 피크닉으로 힘차기 까지 하던 방비엥은 어둡고 추하고, 다시는 복원되지 못할 폐촌처럼 변해갔다. 이 무렵 방비엥을 찾았던 나는 왜 이 곳에 와 있을까 후회를 한 적도 있었다. 히피들이 살아가는 마을은 구성원들 나름대로의 룰이 있고 그들이 만들어가는 창의적인 문화가 있다. 당시의 방비엥은 전 세계 폐륜아들의 집합소처럼 보였다. 천국이 아니라 지옥이었다.
                     ↑↑ 쏭강에서 튜빙을 마친 여행자들.   
◆천국으로 복원하는 뜨거운 노력

  라오스 당국이 두고 보지 않았다. 철저하게 집중해 단속에 들어갔다. 급기야 방비엥은 예전의 모습을 되찾기 시작했다. 강변에 설치됐던 무허가 평상들이 철거됐고 서양 여행자들을 상대로 위스키와 마약을 팔던 상인들은 감옥으로 갔다. 방치해 둔다면 라오스 전체의 이미지가 탁해진다. 달러의 달콤한 맛에 길들여져 순수하고 온순한 라오스가 변했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돌 것이 분명했다.
 
  당국의 노력으로 방비엥은 다시 가라앉았다.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옷을 벗어던지고 광란의 날들을 보내던 여행자들은 자취를 감췄다.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아름다운 방비엥을 즐기고자 하는 여행자들이 방비엥을 찾고 있다.

  방비엥에서 살아가는 라오스 마을 사람들의 눈동자도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한 때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넋이 나가 과연 이런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갈 수 있을까 걱정했을 터였다. 혼몽한 상태에서 범방을 하고 해코지를 한다면 어떻게 감당할까 두렵기도 했었다. 생전 문을 잠그지 않고 살던 사람들이 튼실한 빗장을 마련하고 살았다. 이 사람들을 위해 음식을 팔아야 하고 방을 내줘야 하는지 회의가 들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다행스럽게도 아름다운 산하에 이런 소악패들이 영원히 들끓지는 않았다. 다시 평온해지고 즐거운 마음으로 여행자들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은 파동산의 산신이 도운 결과라고 믿었다.
                     ↑↑ 튜빙을 하기 위해 쏭강으로 향하는 여행자들.   
◆지옥에서 건져낸 산골마을

  방비엥의 지옥은 한 철이었다.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햇살은 예전 그대로 강렬하고 강물은 여전히 고요하게 흐른다. 여행자들은 과거 앞서간 여행자들의 행패를 익히 알고 있다는 듯이 온순해졌고 밤새 길거리를 다녀도 행패부리는 주정뱅이가 없다. 여행지는 이래야 한다. 손바닥만한 시골마을이 세계에서도 유명짜한 여행 명소로 손꼽히는 것은 쉽지 않다. 방비엥은 최소한 그 반열에 올라서 있다. 여행자들 덕에 마을 사람들이 살고,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여행자들이 행복하다. 선순환의 전형적인 사례가 라오스 중부 산골에서 펼쳐지고 있다.
이상문   iou5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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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