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인터뷰] 데뷔 3년만에 첫 소설집 `16년` 출간한 소설가 이인록
페이지 정보
이상문 작성일20-08-13 18:38본문
↑↑ 소설가 이인록씨
[경북신문=이상문기자] “소설은 ‘기억의 기록’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의 경우 기억을 되살리지 않고는 소설을 쓸 수 없습니다. 그래서 소설은 삶의 기록일 수 있고 한 개인의 삶의 자세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60대 중반에 늦깎이로 등단하고 3년만에 첫 소설집 ‘16년’을 낸 소설가 이인록(66)씨의 소설관은 분명했다. 경북에서도 산골에 속하는 의성에서 나고 자란 작가의 삶은 그리 녹록치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삶의 신산이 긍정적인 세계관으로 바뀌었고 자신의 소설에 녹여졌다. 그래서 그의 소설을 읽으면 인간미가 넘쳐난다.
그는 “초등학교 때 문예반 활동을 했는데 지도 선생님께서 글을 잘 쓴다고 칭찬해 주신 기억이 있다”며 “의성중학교에 진학해서 처음 도서관에 가보니 서가에 책이 가득한 것을 보고 정말 놀랐고 그때부터 도서관 가는 것이 가장 즐거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 이인록의 첫번째 소설집 '16년'
그때 처음 문학작품을 접했는데 가장 먼저 집어든 작품이 이광수의 ‘흙’이었다고 한다.
이인록씨가 본격적으로 문학에 빠져든 것은 1985년 럭키금성그룹 사보에서 그룹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공모전에서 콩트 ‘양심 관망기’를 출품해 입상하면서 부터다. 당시 심사를 맡았던 소설가 조세희씨는 이씨에게 “이제는 긴 글을 써보라”고 조언하면서 황석영의 ‘객지’를 추천했다.
그 후 그는 사보에 꾸준하게 자신의 글을 투고하면서 문학수업을 이어갔다. 물론 좋은 소설을 골라 읽는 것도 병행했다.
그는 “조세희 선생이 추천해 준 황석영의 소설은 물론 이문구, 전성태, 한창훈의 소설을 읽으면서 그들의 작품을 닮고자 노력했다”며 “특히 이문구 선생은 직접 만난 적이 없지만 내 마음속 스승으로 삼으며 열독했고 그의 소설에서 나타나는 휴머니즘과 자연주의는 내 소설의 미학적 기반을 다지는데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1981년 고향 의성을 떠나 경주로 직장을 옮기면서 그의 문학적 열정은 본격적으로 불타기 시작했다. 그는 “봉급 타는 날이면 제일서점으로 달려가 신간 1권과 그달에 나온 소설 전문 월간지 ‘소설문학’을 사는 것이 내 삶의 가장 즐거운 일 중 하나였다”며 “당시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아이들의 책도 한권씩 사서 어려서부터 책을 가까이 하도록 했다”고 술회했다.
꾸준하게 혼자서 습작을 하다가 본격적인 문학수업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0년에 경주대학교 사회교육원에 입학하면서 부터였다. 당시 시인 손진은 교수에게 2년동안 시를 공부했다.
그는 “시는 정말 어려운 장르였지만 그때 체계적으로 공부한 문학이 내게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그러다가 2016년 그는 “너는 지금 뭐하고 있느냐”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죽기 전에 책 한 권은 반드시 내겠다는 꿈을 잊고 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조바심이 생겨났다.
그래서 득달같이 동리목월문학관 문예창작대학에 입학해 소설 입문반에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7년 연구반에 들어가서 쓴 소설이 ‘배웅’이었다.
연구반에서는 각자가 쓴 소설을 내놓고 돌아가면서 합평을 하는 제도가 있다. 1달 동안 합평을 거치면서 그는 자신의 소설 ‘배웅’을 끊임없이 퇴고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2017년 신라문학대상에 응모를 했고 당선됐다.
그는 “신라문학대상을 받게 된 데에는 소설 작업의 맥을 짚어준 이채형, 김이정 선생의 덕이 크고 신랄하게 나의 소설을 비판하고 합평해 준 문우들의 공도 잊을 수 없다”며 “동리목월문학관에 문예창작대학이 생겼을 때 가서 배웠어야 했는데 너무 늦게 입문했다”고 말했다.
등단 후 3년만에 첫 소설집 ‘16년’을 출간했다.
이 소설집에는 신라문학대상 당선작인 ‘배웅’을 비롯해 ‘그해 여름’, ‘태풍전야’, ‘반응의 속도’, ‘합장’, ‘탐색전 관전기’, ‘어떤 동행’, ‘16년’ 등 8편의 작품이 실렸다.
소설집에서 작품론을 쓴 문학평론가 문흥술 서울여대 교수는 “이인록의 이번 소설집에 나타나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는 황폐한 시대에 인간의 인간다운 삶이 갖는 중요성을 강조하는 요즘의 소설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된다”며 “그의 소설은 비인간적인 현실 사회문제를 비판하는 데 중점을 두지 않고 언제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인간과 인간 사이의 따뜻한 정을 절대적으로 추구하는 인물이 주로 등장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 인물은 급변하는 비인간적 사회에 부딪치기보다는 오래 전부터 경험적으로 축적해온 인간적 유대감과 관련된 기억을 떠올리면서 그 기억을 현재화 해 냉혹한 현실을 인간의 온기로 감싸 안는다”고 했다.
소설은 작가의 인생관과 닮기 마련이다. 문 교수의 평가가 아니더라도 이인록씨는 인터뷰 내내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잘 웃는 사람치고 세상을 비관적으로 보는 이는 드물다.
어린 시절 온갖 고초를 다 겪으며 성장했고 한 사람의 소설가로 다시 태어날 때까지 전전반측한 밤이 얼마나 길었을까만 그는 소박하고 겸손하며 더러는 겸연쩍어하는 삶의 모습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그는 “소설집을 내면서 등단 때부터 ‘어서 책을 엮어라’고 끊임없이 독려해 주신 소설가 김지연 선생님과 잘 만든 책이라는 평가를 받겠다며 꼼꼼히 살펴서 출간을 해주신 출판사 문예바다 백시종 편집인에게 감사를 전한다”며 “데뷔는 늦었지만 늦은 만큼 더 치열하게 노력해 좋은 소설을 쓰겠다”고 밝혔다.
이상문 iou518@naver.com
[경북신문=이상문기자] “소설은 ‘기억의 기록’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의 경우 기억을 되살리지 않고는 소설을 쓸 수 없습니다. 그래서 소설은 삶의 기록일 수 있고 한 개인의 삶의 자세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60대 중반에 늦깎이로 등단하고 3년만에 첫 소설집 ‘16년’을 낸 소설가 이인록(66)씨의 소설관은 분명했다. 경북에서도 산골에 속하는 의성에서 나고 자란 작가의 삶은 그리 녹록치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삶의 신산이 긍정적인 세계관으로 바뀌었고 자신의 소설에 녹여졌다. 그래서 그의 소설을 읽으면 인간미가 넘쳐난다.
그는 “초등학교 때 문예반 활동을 했는데 지도 선생님께서 글을 잘 쓴다고 칭찬해 주신 기억이 있다”며 “의성중학교에 진학해서 처음 도서관에 가보니 서가에 책이 가득한 것을 보고 정말 놀랐고 그때부터 도서관 가는 것이 가장 즐거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 이인록의 첫번째 소설집 '16년'
그때 처음 문학작품을 접했는데 가장 먼저 집어든 작품이 이광수의 ‘흙’이었다고 한다.
이인록씨가 본격적으로 문학에 빠져든 것은 1985년 럭키금성그룹 사보에서 그룹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공모전에서 콩트 ‘양심 관망기’를 출품해 입상하면서 부터다. 당시 심사를 맡았던 소설가 조세희씨는 이씨에게 “이제는 긴 글을 써보라”고 조언하면서 황석영의 ‘객지’를 추천했다.
그 후 그는 사보에 꾸준하게 자신의 글을 투고하면서 문학수업을 이어갔다. 물론 좋은 소설을 골라 읽는 것도 병행했다.
그는 “조세희 선생이 추천해 준 황석영의 소설은 물론 이문구, 전성태, 한창훈의 소설을 읽으면서 그들의 작품을 닮고자 노력했다”며 “특히 이문구 선생은 직접 만난 적이 없지만 내 마음속 스승으로 삼으며 열독했고 그의 소설에서 나타나는 휴머니즘과 자연주의는 내 소설의 미학적 기반을 다지는데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1981년 고향 의성을 떠나 경주로 직장을 옮기면서 그의 문학적 열정은 본격적으로 불타기 시작했다. 그는 “봉급 타는 날이면 제일서점으로 달려가 신간 1권과 그달에 나온 소설 전문 월간지 ‘소설문학’을 사는 것이 내 삶의 가장 즐거운 일 중 하나였다”며 “당시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아이들의 책도 한권씩 사서 어려서부터 책을 가까이 하도록 했다”고 술회했다.
꾸준하게 혼자서 습작을 하다가 본격적인 문학수업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0년에 경주대학교 사회교육원에 입학하면서 부터였다. 당시 시인 손진은 교수에게 2년동안 시를 공부했다.
그는 “시는 정말 어려운 장르였지만 그때 체계적으로 공부한 문학이 내게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그러다가 2016년 그는 “너는 지금 뭐하고 있느냐”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죽기 전에 책 한 권은 반드시 내겠다는 꿈을 잊고 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조바심이 생겨났다.
그래서 득달같이 동리목월문학관 문예창작대학에 입학해 소설 입문반에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7년 연구반에 들어가서 쓴 소설이 ‘배웅’이었다.
연구반에서는 각자가 쓴 소설을 내놓고 돌아가면서 합평을 하는 제도가 있다. 1달 동안 합평을 거치면서 그는 자신의 소설 ‘배웅’을 끊임없이 퇴고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2017년 신라문학대상에 응모를 했고 당선됐다.
그는 “신라문학대상을 받게 된 데에는 소설 작업의 맥을 짚어준 이채형, 김이정 선생의 덕이 크고 신랄하게 나의 소설을 비판하고 합평해 준 문우들의 공도 잊을 수 없다”며 “동리목월문학관에 문예창작대학이 생겼을 때 가서 배웠어야 했는데 너무 늦게 입문했다”고 말했다.
등단 후 3년만에 첫 소설집 ‘16년’을 출간했다.
이 소설집에는 신라문학대상 당선작인 ‘배웅’을 비롯해 ‘그해 여름’, ‘태풍전야’, ‘반응의 속도’, ‘합장’, ‘탐색전 관전기’, ‘어떤 동행’, ‘16년’ 등 8편의 작품이 실렸다.
소설집에서 작품론을 쓴 문학평론가 문흥술 서울여대 교수는 “이인록의 이번 소설집에 나타나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는 황폐한 시대에 인간의 인간다운 삶이 갖는 중요성을 강조하는 요즘의 소설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된다”며 “그의 소설은 비인간적인 현실 사회문제를 비판하는 데 중점을 두지 않고 언제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인간과 인간 사이의 따뜻한 정을 절대적으로 추구하는 인물이 주로 등장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 인물은 급변하는 비인간적 사회에 부딪치기보다는 오래 전부터 경험적으로 축적해온 인간적 유대감과 관련된 기억을 떠올리면서 그 기억을 현재화 해 냉혹한 현실을 인간의 온기로 감싸 안는다”고 했다.
소설은 작가의 인생관과 닮기 마련이다. 문 교수의 평가가 아니더라도 이인록씨는 인터뷰 내내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잘 웃는 사람치고 세상을 비관적으로 보는 이는 드물다.
어린 시절 온갖 고초를 다 겪으며 성장했고 한 사람의 소설가로 다시 태어날 때까지 전전반측한 밤이 얼마나 길었을까만 그는 소박하고 겸손하며 더러는 겸연쩍어하는 삶의 모습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그는 “소설집을 내면서 등단 때부터 ‘어서 책을 엮어라’고 끊임없이 독려해 주신 소설가 김지연 선생님과 잘 만든 책이라는 평가를 받겠다며 꼼꼼히 살펴서 출간을 해주신 출판사 문예바다 백시종 편집인에게 감사를 전한다”며 “데뷔는 늦었지만 늦은 만큼 더 치열하게 노력해 좋은 소설을 쓰겠다”고 밝혔다.
이상문 iou518@naver.com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