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황남시장 관 주도로 콘셉트 없이 개발 하는 순간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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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 작성일20-06-08 19:37본문
↑↑ 황남동 한옥마을과 황리단길의 중심에 있는 황남시장(빨간색 줄 안). 전문가들은 대한민국 전통시장 중 가장 좋은 위치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경북신문=이상문기자] 지난 2월 경주시는 '황남시장 활성화 방안 모색' 간담회를 열었다. 감담회에는 경주시장을 비롯해 왕경조성과, 주택과, 일자리창출과, 황남동행정복지센터 등 시장 활성화를 위한 관련부서가 대거 참석했다.
간담회에서 내린 결론은 단기적인 대책으로 ▲불법 건축물에 대한 지속적인 개선조치, 안전진단 ▲접근성 향상을 위한 안내간판 설치 및 외부도색 ▲내부 지장물 철거 및 통로 포장공사로 쇼핑 이동로 확보 ▲내부 조명설치로 활기찬 장옥 분위기 조성 등이다.
장기적 대책으로는 대부분 증·개축, 건물 노후화·취약계층 거주자 등으로 리모델링에 한계가 있으므로 전통시장 기능상실로 시장기능의 활성화 보다는 일괄매각, 재개발 유도 등 별도 활용방안을 검토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 황남시장에는 전체 78개의 점포 중 10개 점포만 영업을 하고 있고 그나마 거의 개점휴업 상태로 불황을 겪고 있다. 인근 황리단길 상가와는 대조적이다.
◆ 황남시장 족보 갖추는 일 시급
하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현재의 시장 기능을 최대한 활용해 황리단길의 특성을 보완하고 가장 핵심적인 관광자원으로 키워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황리단길의 킬러콘텐츠로 황남시장의 역할이 눈에 보인다는 것이다.
경북상인연합회 정동식 회장은 "황남시장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일은 인정시장으로 등록해 족보를 갖추는 일"이라며 "그 후 지역의 정체성을 살리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접목한 사업을 구상해 공모사업에 응모하고 국비, 도시, 시비 등의 예산을 지원받는다면 시장의 획기적 변신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황남시장 내부의 기존 점포를 허물고 새로운 시설을 준비하다가 멈춰있다.
정 회장은 또 "새롭고 개혁적인 상인회를 조직해 모든 기획과 사업 시스템을 자체에서 마련하고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마련해야 하고 이를 위해 경주시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그렇게 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면 우선 관광객들의 시장 유입을 위한 먹을거리와 즐길거리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인근 골목에 상설 야시장을 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있는 그대로 재활용이 최선
계명대학교 도시학부 생태조경학전공 최이규 교수는 황남시장 개발을 위한 세부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 황남시장 정문 모습. 주변의 번화한 황리단길과는 다르게 한산하다.
최 교수는 "건물을 거의 지금 그대로 사용하고 최소 비용으로 고친다는 원칙을 세워 리노베이션이 아니라 적응적 재사용(adaptive reuse)을 목표로 해야 한다"며 "새로운 환경과 시대에 맞춰 용도만 바꾸어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황리단길에 보면 별 가치도 없는 한옥을 굳이 비싼 돈을 들여 살린 카페들이 많은데 시간의 때는 절대 복제될 수 없음을 주인들이 알고 있기 때문"이라며 "낡은 것이야 말로 최고의 상품이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장 내부의 구체적인 재사용도 제시했다. 최 교수는 "디테일 즉 계단, 타일 등을 먼저 조사해서 다 살려야 한다"며 "샌드위치 패널 등 거부감을 주는 소재나 건물의 통일성을 해치는 저질 소재는 모두 걷어내고 공간을 오픈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 황남시장 후문 주변. 황리단길이 팽창하면서 새로운 취향의 업소들이 들어서고 있다.
◆건물 전체를 하나의 정원으로
또 "건물을 최대한 외부화 시켜 건물 전체가 하나의 '정원'이 되는 방향을 제안한다"며 "식물과 어우러진 건물을 짓는 것이 요즘 세계적인 추세며 건물에 기생하는 식물의 콘셉트로 간다면 경주의 지역 분위기와 조화를 이뤄 매우 이상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옥상 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황남시장의 옥상 공간은 주변이 저층지역이기 때문에 가장 가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며 "물건은 지상에서 팔고 옥상에는 즐기는 것을 만들면 좋다"고 제안했다.
점포 구성에 대해서 최 교수는 "규모가 작고 규칙적인 칸으로 구성된 건축적 독특함을 최대한 강조해 그것에 맞는 규모의 업체만 입점시켜야 할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입점 심사로 큐레이터가 필요하며 먹거리와 아트, 체험을 적절한 비율로 배합해야 하며 아직 발굴되지 못한 경주의 실력 있는 소상인, 장인들을 발굴해야 한다"고 밝혔다.
↑↑ 황남시장 옥상에 불법으로 지어진 취약계층의 주택 주변으로 생활도구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다.
◆레지던시 운영으로 문화적 의미 부여
시장의 문화적 기능에 대해서는 "약간의 공간을 예술가들의 레지던시로 운영하고 이를 위해 예술인복지재단의 파견예술인 사업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며 "작가들이 머물면서 건물에 밀착되는 작업을 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관 주도의 콘셉트 없는 벽화나 조형물은 절대 지양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는 순간 망한다"고 강조했다.
황남시장은 경주시 황남동의 쪽샘지구와 놋전지구의 공원화 계획으로 철거되자 이용 고객이 감소해 대부분 상점이 주택으로 개조하고 폐업해 전통시장의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최근 황리단길 조성 후에는 주변 골목상권이 살아나자 카페나 미장원, 퓨전식당 등이 등장하면서 시장이 변모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상문 iou518@naver.com
[경북신문=이상문기자] 지난 2월 경주시는 '황남시장 활성화 방안 모색' 간담회를 열었다. 감담회에는 경주시장을 비롯해 왕경조성과, 주택과, 일자리창출과, 황남동행정복지센터 등 시장 활성화를 위한 관련부서가 대거 참석했다.
간담회에서 내린 결론은 단기적인 대책으로 ▲불법 건축물에 대한 지속적인 개선조치, 안전진단 ▲접근성 향상을 위한 안내간판 설치 및 외부도색 ▲내부 지장물 철거 및 통로 포장공사로 쇼핑 이동로 확보 ▲내부 조명설치로 활기찬 장옥 분위기 조성 등이다.
장기적 대책으로는 대부분 증·개축, 건물 노후화·취약계층 거주자 등으로 리모델링에 한계가 있으므로 전통시장 기능상실로 시장기능의 활성화 보다는 일괄매각, 재개발 유도 등 별도 활용방안을 검토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 황남시장에는 전체 78개의 점포 중 10개 점포만 영업을 하고 있고 그나마 거의 개점휴업 상태로 불황을 겪고 있다. 인근 황리단길 상가와는 대조적이다.
◆ 황남시장 족보 갖추는 일 시급
하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현재의 시장 기능을 최대한 활용해 황리단길의 특성을 보완하고 가장 핵심적인 관광자원으로 키워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황리단길의 킬러콘텐츠로 황남시장의 역할이 눈에 보인다는 것이다.
경북상인연합회 정동식 회장은 "황남시장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일은 인정시장으로 등록해 족보를 갖추는 일"이라며 "그 후 지역의 정체성을 살리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접목한 사업을 구상해 공모사업에 응모하고 국비, 도시, 시비 등의 예산을 지원받는다면 시장의 획기적 변신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황남시장 내부의 기존 점포를 허물고 새로운 시설을 준비하다가 멈춰있다.
정 회장은 또 "새롭고 개혁적인 상인회를 조직해 모든 기획과 사업 시스템을 자체에서 마련하고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마련해야 하고 이를 위해 경주시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그렇게 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면 우선 관광객들의 시장 유입을 위한 먹을거리와 즐길거리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인근 골목에 상설 야시장을 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있는 그대로 재활용이 최선
계명대학교 도시학부 생태조경학전공 최이규 교수는 황남시장 개발을 위한 세부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 황남시장 정문 모습. 주변의 번화한 황리단길과는 다르게 한산하다.
최 교수는 "건물을 거의 지금 그대로 사용하고 최소 비용으로 고친다는 원칙을 세워 리노베이션이 아니라 적응적 재사용(adaptive reuse)을 목표로 해야 한다"며 "새로운 환경과 시대에 맞춰 용도만 바꾸어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황리단길에 보면 별 가치도 없는 한옥을 굳이 비싼 돈을 들여 살린 카페들이 많은데 시간의 때는 절대 복제될 수 없음을 주인들이 알고 있기 때문"이라며 "낡은 것이야 말로 최고의 상품이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장 내부의 구체적인 재사용도 제시했다. 최 교수는 "디테일 즉 계단, 타일 등을 먼저 조사해서 다 살려야 한다"며 "샌드위치 패널 등 거부감을 주는 소재나 건물의 통일성을 해치는 저질 소재는 모두 걷어내고 공간을 오픈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 황남시장 후문 주변. 황리단길이 팽창하면서 새로운 취향의 업소들이 들어서고 있다.
◆건물 전체를 하나의 정원으로
또 "건물을 최대한 외부화 시켜 건물 전체가 하나의 '정원'이 되는 방향을 제안한다"며 "식물과 어우러진 건물을 짓는 것이 요즘 세계적인 추세며 건물에 기생하는 식물의 콘셉트로 간다면 경주의 지역 분위기와 조화를 이뤄 매우 이상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옥상 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황남시장의 옥상 공간은 주변이 저층지역이기 때문에 가장 가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며 "물건은 지상에서 팔고 옥상에는 즐기는 것을 만들면 좋다"고 제안했다.
점포 구성에 대해서 최 교수는 "규모가 작고 규칙적인 칸으로 구성된 건축적 독특함을 최대한 강조해 그것에 맞는 규모의 업체만 입점시켜야 할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입점 심사로 큐레이터가 필요하며 먹거리와 아트, 체험을 적절한 비율로 배합해야 하며 아직 발굴되지 못한 경주의 실력 있는 소상인, 장인들을 발굴해야 한다"고 밝혔다.
↑↑ 황남시장 옥상에 불법으로 지어진 취약계층의 주택 주변으로 생활도구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다.
◆레지던시 운영으로 문화적 의미 부여
시장의 문화적 기능에 대해서는 "약간의 공간을 예술가들의 레지던시로 운영하고 이를 위해 예술인복지재단의 파견예술인 사업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며 "작가들이 머물면서 건물에 밀착되는 작업을 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관 주도의 콘셉트 없는 벽화나 조형물은 절대 지양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는 순간 망한다"고 강조했다.
황남시장은 경주시 황남동의 쪽샘지구와 놋전지구의 공원화 계획으로 철거되자 이용 고객이 감소해 대부분 상점이 주택으로 개조하고 폐업해 전통시장의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최근 황리단길 조성 후에는 주변 골목상권이 살아나자 카페나 미장원, 퓨전식당 등이 등장하면서 시장이 변모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상문 iou5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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