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문 데스크칼럼] 1원의 임대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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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이상문 작성일20-05-25 18:57본문
↑↑ 편집국장 이상문오스트리아 비엔나 시내에서 도나우강을 건너면 우노시티(UNO-City)가 나타난다. 공식명칭은 VIC(Vienna International Centre)다. 1955년 유엔에 가입한 오스트리아가 UN기관을 유치하기 위해 만든 곳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본부 등이 옮겨왔다.
1만6000여 명의 직원이 상주하는 거대한 독립도시인 우노시티는 매년 1실링(당시 화폐)이라는 명목상의 금액으로 UN에 영구 임대했다. 왜 그랬을까?
UN 국제기구는 회원국의 분담금으로 운영된다. 200여 회원국에서 낸 돈은 비엔나에 모이고 여기서 사용된다. 비엔나로 보면 날로 먹는 돈인 셈이다. 농산물이나 공산품이 나가고 그 대가로 돈이 들어와야 하는데 나가는 것은 없고 돈만 들어오니 날로 먹는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다.
이 돈의 80%가 비엔나에서 소비된다. 가족까지 포함하면 4만 명 이상이 비엔나로 유입돼 시장을 형성한다. 인구가 많아지니 다양한 문화 활동에 소비계층이 발생된다.
국제기구에 회의하러 오는 고급 관광객도 늘어난다. 이들은 일반 관광객보다 4배의 돈을 쓰고 간다. 수학여행객 100명을 받는 것보다 국제기구에 회의하러 오는 10명이 훨씬 더 많은 돈을 쓰고 간다.
당연히 국제기구 취업이라는 안정적인 일자리가 비엔나 시민의 기회가 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일자리의 성격도 바뀌어 간다.
경비, 청소, 비서에서 시작해 행정인력, 전문가 순으로 취업이 진행된다. 그러나 가장 큰 것은 항상 눈에 보이지 않는 데 있다. 국방비의 절감이다. 국제기구가 입주한 나라와 전쟁을 벌일 나라는 없다. 만일 그런 일을 한다면 세계와 전쟁을 벌이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감안하면 1실링이라는 싼 값에 유치할 분명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바보가 아니다. 임대료 몇 푼 더 받으려다가 유치를 못한다면 앞으로는 이득을 보고 뒤로는 크게 손해를 보는 셈이 돼 버린다.
경주도 이것을 배웠어야 했다. 한수원이 지금보다 지역경제에 더 이바지할 수 있도록 했어야 했다. 한수원 직원이 가족과 함께 내려올 수 있도록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울산이 아니라 경주에 보금자리를 틀 수 있도록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팔아줄만한 음식점이라도 있는 지역에 위치해 지역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낙도 섬마을 어린이들의 꿈은 선생님 아니면 경찰이다. 본 것이 그것밖에 없으니 그렇다. 물론 좋은 직업이지만 그 외의 꿈은 꾸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한수원이라는 회사가 경주에 입지하면서 공기업, 원자력발전회사, 건설, 해외수출, 국제기구 취업 등 다양한 직업의 양태가 경주의 젊은이들에게 보지 못하던 직업의 세계가 돼 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한수원 본사를 외진 산골짜기로 밀어 넣은 사람들은 무슨 생각이었을까? 어렵게 한수원을 경주로 가져왔지만 갖다 놨다는 명분만 얻고 실질을 얻지 못한 것이다. 경주도 한수원도 만족하지 않은 답을 낸 것이다. 무엇이 이렇게 만들었을까?
감정이 이성을 앞선 것이 원인이 아닐까 싶다. 한국 사람들은 유난히 감정을 중시한다. 싸우는 것을 보면 감정문제가 많다.
단지 한편이 사과만 하면 그것으로 끝날 일인데 한쪽은 사과를 하지 않고 버티고 다른 한쪽은 반드시 사과를 받아내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실익도 없이 힘 빼는 것이 당사자에겐 심각해도 제3자의 입장에서는 우습다. 사과를 하지 않고 버티는 이유도 모르겠고 그걸 굳이 받아내겠다고 고집부리는 이유도 모르겠다.
지금 월성원전의 현안이 되고 있는 맥스터 건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감정풀이 보다 경주의 실익이 무엇인지 냉철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50년 전 비엔나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줄 아는 경주 사람들의 지혜가 필요하다.
편집국장 이상문 kua348@naver.com
1만6000여 명의 직원이 상주하는 거대한 독립도시인 우노시티는 매년 1실링(당시 화폐)이라는 명목상의 금액으로 UN에 영구 임대했다. 왜 그랬을까?
UN 국제기구는 회원국의 분담금으로 운영된다. 200여 회원국에서 낸 돈은 비엔나에 모이고 여기서 사용된다. 비엔나로 보면 날로 먹는 돈인 셈이다. 농산물이나 공산품이 나가고 그 대가로 돈이 들어와야 하는데 나가는 것은 없고 돈만 들어오니 날로 먹는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다.
이 돈의 80%가 비엔나에서 소비된다. 가족까지 포함하면 4만 명 이상이 비엔나로 유입돼 시장을 형성한다. 인구가 많아지니 다양한 문화 활동에 소비계층이 발생된다.
국제기구에 회의하러 오는 고급 관광객도 늘어난다. 이들은 일반 관광객보다 4배의 돈을 쓰고 간다. 수학여행객 100명을 받는 것보다 국제기구에 회의하러 오는 10명이 훨씬 더 많은 돈을 쓰고 간다.
당연히 국제기구 취업이라는 안정적인 일자리가 비엔나 시민의 기회가 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일자리의 성격도 바뀌어 간다.
경비, 청소, 비서에서 시작해 행정인력, 전문가 순으로 취업이 진행된다. 그러나 가장 큰 것은 항상 눈에 보이지 않는 데 있다. 국방비의 절감이다. 국제기구가 입주한 나라와 전쟁을 벌일 나라는 없다. 만일 그런 일을 한다면 세계와 전쟁을 벌이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감안하면 1실링이라는 싼 값에 유치할 분명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바보가 아니다. 임대료 몇 푼 더 받으려다가 유치를 못한다면 앞으로는 이득을 보고 뒤로는 크게 손해를 보는 셈이 돼 버린다.
경주도 이것을 배웠어야 했다. 한수원이 지금보다 지역경제에 더 이바지할 수 있도록 했어야 했다. 한수원 직원이 가족과 함께 내려올 수 있도록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울산이 아니라 경주에 보금자리를 틀 수 있도록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팔아줄만한 음식점이라도 있는 지역에 위치해 지역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낙도 섬마을 어린이들의 꿈은 선생님 아니면 경찰이다. 본 것이 그것밖에 없으니 그렇다. 물론 좋은 직업이지만 그 외의 꿈은 꾸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한수원이라는 회사가 경주에 입지하면서 공기업, 원자력발전회사, 건설, 해외수출, 국제기구 취업 등 다양한 직업의 양태가 경주의 젊은이들에게 보지 못하던 직업의 세계가 돼 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한수원 본사를 외진 산골짜기로 밀어 넣은 사람들은 무슨 생각이었을까? 어렵게 한수원을 경주로 가져왔지만 갖다 놨다는 명분만 얻고 실질을 얻지 못한 것이다. 경주도 한수원도 만족하지 않은 답을 낸 것이다. 무엇이 이렇게 만들었을까?
감정이 이성을 앞선 것이 원인이 아닐까 싶다. 한국 사람들은 유난히 감정을 중시한다. 싸우는 것을 보면 감정문제가 많다.
단지 한편이 사과만 하면 그것으로 끝날 일인데 한쪽은 사과를 하지 않고 버티고 다른 한쪽은 반드시 사과를 받아내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실익도 없이 힘 빼는 것이 당사자에겐 심각해도 제3자의 입장에서는 우습다. 사과를 하지 않고 버티는 이유도 모르겠고 그걸 굳이 받아내겠다고 고집부리는 이유도 모르겠다.
지금 월성원전의 현안이 되고 있는 맥스터 건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감정풀이 보다 경주의 실익이 무엇인지 냉철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50년 전 비엔나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줄 아는 경주 사람들의 지혜가 필요하다.
편집국장 이상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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