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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호 수요칼럼] 손 편지는 정감이 담긴 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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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고문·교육행정학박사 손경… 작성일20-04-28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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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설고문·교육행정학박사 손경호손으로 쓴 편지는 종이에 적은 대화이며 안부, 소식, 용무 그리고 연정을 전하는 일종의 글이다. 마음이 머리를 이끌어 가면 내용이 진솔해진다. 동정과 사랑의 연락자요, 멀리 떨어진 친구들의 하인이며, 외로운 사람의 위로자로, 흩어진 가족의 이음새이면서 소식과 지식의 전달자이다. 때로는 사랑의 아픔을 표백한 한 장의 연서는 성서만큼 인간적인 진실이 깃들게 마련한다.
     박목월의 '편지의 서술'이란 글에, "편지를 쓴다는 것은 저 자신의 몽롱한 감정 세계를 '고독한 자리'에서 깊이 반성하고 재확인하며 확충시키고 세련시키는 일이다. 그러므로 말로써만 주고 받거나 분위기로써만 맺어진 우정이나 사랑과, 편지를 통하여 성숙시킨 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편지로 인한 것이 한결 질기고 정련(충분히 단련함)된 것임은 물론이다"
     편지는 기쁨을 노래한 것이며, 마음의 기쁨은 사람에게 생기를 주고 쾌활한 마음은 인간의 수명을 연장케 한다.
     최계락의 '편지'라는 시에, 썼다가 찢고/ 찢었다간/ 다시 쓰고/ 무엇부터 적나/ 눈을/ 감으면, 사연보다 먼저 뜨는/ 아,/ 그리운 모습.
     여기에서 동시작가 박두순의 해설은, 요즘 같은 세상에 무슨 손편지냐고? 손전화 메시지나 이메일로 보내면 금방 후딱 날아 갈건데… 편지를 쓰고, 넣고, 봉하고, 부쳐야 하는, 아이고 번거로워라, 구석기시대 생활을 왜 하느냐고? 요령 부득인가? 편지는 이메일이나 메시지로 연락하며 짧아지고 간편해졌다. 수고로움이 거의 덜어졌다.
     그런데 편지 한 통 쓰기까지 정성의 무게는 어쩌나. 정성은 사람의 냄새다. 편지가 거의 사라졌다. 편지에 밴 사람 냄새도 증발했다. 정성 들여 쓴 손편지에는 사람 무늬와 온기가 담기고, 여운이 서린다. 편지를 쓰면 벅찬 감정에 쓰고 찢기를 되풀이 한다.
     무슨 얘기를 먼저 적을까 눈 감고 생각에 잠기노라면, 사연보다 먼저 얼굴이 둥실 떠오른다.
     '아./그리운 모습' 지금부터 그리운 이에게 가슴 속 온기도 실어 보내고, 사람 냄새도 좀 피우며 사는 게 어떨까. 가정의 달이면 더욱 좋겠지요.
     따사로운 인간 세상이 한 발 더 다가오게 말입니다. 커다란 기쁨은 커다란 고통과 마찬가지로 말이 없다.
     기쁨은 인생의 요소요, 욕구이며 힘이요 가치이다. 기쁨이 없는 인생은 기름이 없는 등불이므로, 인간 스스로가 기쁨을 잃으면 하등동물에 나락된다.
     청마 유치환의 '행복'이란 글에,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 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 삼고 피어 흥클어진 꽃밭에서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다니. 그리운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감미로우면서도 애절한 진실한 사연이 손편지만이 갖는 애정이라 한다. 날마다 매일 쓰는 일기를 일인칭의 글이라 한다면 편지는 이인칭의 글이다. 그리고 일기가 '고백의 글'이라 할 수 있다.
     옛 시조에 뜻밖에 임의 글을 반갑게 받아보니 곳마다 눈물 흔적 글자가 흐렸구나. 달 밝고 고요한 밤에 생각 더욱 설워라. 편지는 사랑과 행복이 담긴 고백이라 많은 문인들의 글의 소재가 되었다. "마지막 편지를 쓰다. 향연(향이 타는 연기) 그을음이 얹히는 사연, 쓰고 지우고 되풀이, 지우고 다시 쓰는 어리석음.
     못다한 말들이 긴 띠가 되어 목에도 가슴에도 감기어 차라리 눈 감고 눈물 흘리는 편지"
     편지가 곧 애정이다. 중국 한시(漢詩)에, 사랑은 흘러 바다를 이루고, 정(情)은 쌓여 산을 만든다는 옛글이 있다.
     글씨는 그리움의 표상이며, 목소리의 산을 만든다는 옛글이 있다. 글씨는 그리움의 표상이며, 목소리의 그림이다. 동양에서는 글씨를 선(線) 예술미의 표현으로 보아 흔히 글씨를 그림과 병칭하여 '서화'라는 숙어까지 생겼다.
     글은 사람이라 하여 문장이 인경의 반영임을 말한 사람도 있지만 글보다도 더욱 예절을 반영한 것이 글씨이다.
     5월은 가정의 달. 윗 어른님들에게 손편지 한 장 어떨까.
논설고문·교육행정학박사 손경…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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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