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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중 문화칼럼] 참새와 메뚜기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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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가수 권오중 작성일20-10-25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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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가수 권오중가을 들녘에 나아가 보니 산들바람에 황금물결 일렁이는 모습이 너무나 풍요로워 보였고, 다소곳이 고개 숙인 벼의 겸허한 모습이 참 아름다워 보였다.
 
  하루살이 는 무리를 지어 하늘을 빙빙 맴돌고, 메뚜기는 벼 사이를 팔짝팔짝 뛰어다니고 있었으며, 참새는 허수아비를 비웃듯 열심히 벼를 까먹고 있는 등 한가롭고 평화 로운 모습이었다. 발걸음도 가볍게 들길을 걸으며 흥에 겨워 나는 동시를 읊조 렸다.
  가을아 가을아
하늘이 왜 그렇게
높고 파라니

그건 구름이 구름이
지평선 너머 바다로
소풍갔기 때문이란다

가을아 가을아
바람이 왜 그렇게
맑고 시원하니

그건 여름이 여름이
지평선 너머 먼 나라로
여행갔기 때문이란다
 -권오중,'가을아 가을아'
 
  한편 메뚜기가 하루살이와 이야기를 끝내고, 참새가 있는 곳으로 팔짝 뛰어 가더니 참새와 이야기하는 걸 허수아비가 엿듣고 있다.
 
  열심히 벼를 까먹고 있는 참새에게 "참새야! 너 경기가 아주 좋구나. 나한테 한턱 내"라고 메뚜기가 말을 걸자, 참새가 "내가 지금은 바빠서 안 되고 내년에 쏠게" 라고 이야기하였다.그러자 메뚜기가 "뭐! 내년, 내년이 뭐니?"라며 의아한 눈빛 으로 묻자, 참새가 "이 가을이 지나면 눈 내리고 추운 겨울이 오지, 겨울이 지나면 새로운 봄이 오는데 그게 바로 내년이야"라고 대답하였다.
 
  한 해 밖에 살지 못하는 메뚜기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통 뭔 소리인지 모르겠다 는 표정을 짓자, 참새가 "야! 너랑은 차원이 틀려 같이 이야기를 못하겠구나"라며 귀찮은 듯이 다른 곳으로 옮겨 가려고 하였다.
 
  그러자 메뚜기가 참새에게 가까이 다가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너희 참새들이 그렇게 벼를 까먹으면 사람들의 식량이 부족하게 되는 것 아니니?"라고 묻자, 참새가 "참! 너는 걱정도 팔자다. 우리 참새들이 먹는 것은 그야말로 '새 발의 피'야, 오히려 사람들은 쌀이 너무 많이 남아돌아 어디다 보관해야 될지 걱정이 태산 같고,심지어는 북한에 까지 쌀을 보내 주고 있는 실정이란다"라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메뚜기가 의아해 하면서 "왜, 쌀이 그렇게 남아도니?"라고 묻자,"계속 풍년이 들어 쌀은 많이 생산되는데 그에 비해 소비는 갈수록 줄어들고 게다가 값싼 외국의 수입쌀까지 막 들어오니 남아돌 수밖에 없지"라고 참새가 대답하 였다.
 
  참새는 계속해서 "농민들이 옛날에는 식량이 모자라 하얀 쌀밥을 먹어 보는 게  소원이었다는데, 요즈음 아이들은 라면이나 빵, 햄버거 같은 인스턴트식품을 좋아하고 밥을 잘 먹지 않아 걱정하더라"고 말하면서,"식량이 부족하던 옛날에는 풍년이 들면 농민들이 풍년가 노래를 부르며 좋아했다는데, 요즈음에는 풍년이 들면 오히려 쌀값이 떨어져 농민들이 걱정을 많이 하더라"며 열변을 토했다.
 
  그러자 메뚜기가 아는 척하며 "그래서 농민들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한가 보구나 ?"라고 묻자, 참새가 "그래! 풍년이 들면 농민들의 근심거리가 늘어나, 들녘은 황금빛으로 아름답게 불타고 있지만 농민들의 가슴은 숯덩이처럼 새까맣게 타는 듯해 보였다"고 대답하니 메뚜기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눈치였다.
 
  메뚜기가 참새에게 "너는 여기저기 멀리 날아다니며 세상을 마음껏 구경하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실컷 들어 아는 것도 많으니 참 좋겠구나"라고 부러운 듯이 말하자, 참새는 "'아는 게 병'이라고 오히려 세상을 잘 모르는 네가 더 행복한지도 몰라"라는 말을 남기고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시인·가수 권오중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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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