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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태섭 칼럼] 조금 더 불편해지면 안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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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물류 대표 배태섭 작성일20-10-26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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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S물류 대표 배태섭현대인들에게 가장 편리해진 일상 가운데 하나를 꼽으라면 우리나라의 택배 시스템도 빠지지 않을 것이다. 과거 소비자들은 장바구니를 들고 나가 일일이 판매자들과 대면해 물건을 구입해야 했지만 요즘은 인터넷이나 TV 쇼핑몰 등에서 물건을 확인하고 주문하면 곧바로 주문한 물건을 집에서 받아보는 편리한 세상이 됐다. 그 연결고리에 택배 노동자들이 있다.
 
  올해 들어서 13명의 택배 노동자가 사망했다. 그들의 사인은 대체로 과로사거나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우다. 유족들은 급기야 택배업계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고인을 숨지게 했다고 항의하면서 근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민의 삶이 편안해질수록 그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택배 노동자들의 삶은 힘들고 지쳐왔던 것이다.
 
  택배 업계의 경쟁은 치열하다. 저녁에 주문하면 새벽녘에 받는 기가 막힌 배송 속도에 감탄하면서 점점 더 그 편리함을 즐기는 소비자들의 속성을 맞추기 위해 보다 더 정확하게, 보다 더 빠르게 배송해야 한다는 조바심이 넘쳤다. 어느 배송업체가 '총알 배송'이라는 슬로건을 썼더니 다른 업체는 한 술 더 떠서 '로켓 배송'이라고 하면서 '빨리 빨리'를 좋아하는 국민성에 아첨했다. 그렇게 신속 배송에 경쟁이 치열하면서 택배 노동자들은 과로에 시달렸던 것이다.
 
  한 택배 노동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서울의 어느 노동자는 "새벽 여섯 시에 출근해 '까대기(분류작업)'를 시작하면, 오전 11시가 넘어서야 본격 배송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분류작업이 힘들다고 지적해도 사측은 해결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어느 택배회사는 15만원에서 20만원이 드는 상·하차 비용을 노동자들이 직접 부담하도록 하고 고객의 민원이 들어오면 기사들이 벌금을 내도록 했다고도 했다.
 
  다른 택배회사는 심야 배송 중단, 분류 지원 인력 1000명 투입 등을 담은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을 내놨다. 다음달부터 밤 10시 이후 이뤄지는 심야배송을 중단한다는 것이다. 심야배송 중단으로 밀리는 미배송 물량은 다음날 배송하고, 화~수요일에 몰리던 물량은 다른 날로 분산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그리고 명절 같이 물량이 급증하는 시기에는 이에 맞게 차량과 인력을 늘리겠다는 대책도 발표했다.
 
  택배 노동자들에 대한 또 다른 시각도 있었다. 몇 해 전 CJ대한통운이 자사 택배기사들의 평균 연봉을 발표했다. 12개월을 근속한 택배기사 1만2000여 명의 평균 연봉이 국내 개인사업자 평균 사업소득 4290만원을 훨씬 웃도는 6937만원으로 집계된 것이다. 세금과 각종 비용을 제하면 순소득은 5200만원 안팎이다.
 
  월평균 소득으로 따지면 578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 발표가 나오자 '고생하는 만큼 받는 것 같다'는 의견부터 '어떻게 하면 택배기사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택배기사가 되는 방법, 노동 조건 등 직업으로서 조건에 대한 궁금증도 잇따랐다. 물론 그 정도의 고소득 노동자도 있지만 택배업체나 지역에 따라 수입은 천차만별이다.
 
  노동자들이 이처럼 고강도의 노동에 몰리는 이유는 단순하다. 치열한 업계 경쟁에서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호소하는 기업들도 있다. 충분히 이해가 간다. 노동자들의 작업환경과 처우 개선을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더 너그러워져야 한다. 물건 구입비용에 배송 비용을 더 감안해야 한다. 모든 배송회사들이 가격경쟁에 시달릴 경우에 이 악순환의 고리는 끊을 수 없다.
 
  그리고 가장 필요한 것은 배송의 정확성을 위해 소비자들이 다소 느긋하게 기다려 주는 아량이다. 급하게 배송돼야 하는 긴급물량을 제외하고는 시간을 더 줘야 하고 일일이 시장에 가야 하는 발품을 아끼는 대신 배송회사에 따로 비용을 배려할 때 비로소 노동자들의 고통은 해결될 수 있다. 밤을 새워가며 거리를 누비는 택배 노동자들의 아슬아슬한 질주를 멈추게 하려면 우리 모두가 조금 더 불편해지는 배려 외에는 해답이 없다.
TS물류 대표 배태섭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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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