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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 생활칼럼] 태풍의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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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김영미 작성일20-09-16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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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필가 김영미또 태풍이 지나간 건 사나흘만이다. 이번 태풍도 거물급이라는 예보에 바짝 긴장을 했었다. 역시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도심 피해도 컸지만 외곽지인 농촌도 예외는 아니었다. 들은 마구 할퀴고 찢긴 것투성이다. 앞 태풍에는 어찌어찌 견딘 벼가 이번 바람에는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멍든대다 물에 잠기기까지 했으니 추수를 하기까지 버텨낼지 의문스럽다. 남이 보기에도 그런데 직접 농사를 지은 농민의 속이 숯검정일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무슨 수가 있는 것은 아니다. 무논에 들어가 일으킨다는 말도 어불성설이고 알이 차지도 않은 벼는 수확을 해도 밥맛이 없다. 
 
  비닐하우스가 골조를 드러내고 주저앉았거나 비닐이 찢어져 펄럭거린다. 바람만이기보다는 인근 상가에 간판이나 축사에서 날아온 조각들이 해를 끼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실지로 건물외벽이 떨어져 논 가운데에 날아온 경우가 생겼다. 건물 주인은 자신도 피해가 커 복구할 여력이 없다는 말만한다. 할 수 없이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 심정인 농민이 이웃의 힘을 빌려 복구에 나섰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쓰러진 벼라도 밟을 수는 없다.
 
  밑에 깔린 벼는 볼 것도 없이 회복이 안 된다. 그래도 마구잡이로 밟는 것과는 다르다. 조심조심 들어내자니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런데 건물 주인이 보상을 해줄지는 의문이란다. 만약을 위해 농산물보험에 들기는 했는데 보상이 이뤄지기까지는 기다려야한다. 추수가 끝이 나 생산량이 절반에 못 미칠 때 그때 산정하기 때문이다. 건물주인과 보험회사 사이에 끼여 농민은 제대로 된 보상을 못 받지 않을까 불안하다. 어쩐지 그런 사태가 생길 것만 같다.
 
  올해는 봄부터 자연재해가 많았다. 과수농사를 짓는 농가에 피해는 어디 견줄 수가 없을 정도다. 특히 배는 몹시 큰 타격을 받았다. 꽃이 필 때 난데없는 서리가 내려 꽃을 얼려버렸다. 애초 꽃눈을 없앴으니 열매는 생각지도 못한다. 그나마 살아남은 꽃에 수분이 이루어져 귀애했더니 수확을 목전에 두고 태풍이 훑고 가버린 것이다.
 
  농민들은 바닥에 내팽개쳐진 배를 보며 가슴이 답답하다. 농작물 보험에 들어두기는 했는데 이것이 또 발목을 거는 장애가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직원이 빨리 나와서 손해를 평가해줘야하는데 감감소식이다. 워낙 넓은 지역에 피해가 났으니 손이 모자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내동댕이쳐져 깨어진 배는 곧 벌레가 꼬인다. 벌레가 생기기전에 헤아려 산정한다면 그나마 병충해라도 안 생기겠다. 부러 벌레를 불러들여 알을 쓸라는 것과 같다.
 
  벼는 눕고 배는 떨어졌다. 외면한다고 마음에서까지 안보일까만 속이 쓰린 농민들은 허탈하다. 무엇을 잃어버린 듯 얼이 빠진다. 
 
  정전도 잇달았다. 도시에서 정전은 고비만 넘기면 곧 복구되어 일상으로 돌아가기가 수월하다. 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 농촌은 사정이 다르다. 저녁때가 되어서도 복구가 어렵다. 전기가 끊어지면 물까지 안나오는 상황이된다. 진흙 묻은 손발을 씻지 못하는 것이야 참으면 된다지만 말 못하는 짐승들이 목이 말라 운다. 젖소들은 제때 젖을 짜지못해 고통을 호소하며 밤새 울었다. 교통이 좋지 않아 냉동실에 쟁여놓았든 식재료는 못먹게 되었다. 전기가 복구되어도 인터넷 연결은 또 별개다. 
 
  뉴스에서는 다음 태풍이 또 준비되어있단다. 전문가들은  왜 태풍이 이렇게 많이 발생할까 원인을 두고 설왕설래다. 사람이 환경을 파괴해서 그렇다네. 온난화로 인해 고기압이 발생해서란다. 대안으로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야한단다. 그렇게 말하는 사이에 광고방송이 나간다. 서로 자기네 물건이 좋다고 사라고 부추긴다. 모델도 포장지도 멋지다.
 
  소비자 눈을 끌려니 점점 더 유명인을 내세우고 화려한 색으로 포장하는 것 같다. 물건을 사보면 내용보다 포장지가 더 고급질때가 많다. 깨어지면 안 되는 물건은 꼼꼼히 포장하는 것이 맞지만 음식물이나 의류 같은 것은 조금 완화되어도 좋지 않을까 싶은데 사람마음은 다 다르니 뭐라 할 일은 아니다. 
 
  인간으로 인해 인간이 해를 입는 악순환의 고리가 되풀이 된다. 어떻게 멈출지 진지한 고민을 해봐얄 것 같은데 당장의 편리를 포기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결과를 농민이 고스란히 당하는가 싶어 억울한 생각이 든다. 또 태풍이 온단다. 어쩔거나!
수필가 김영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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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