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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말실수로 비틀거리는 선거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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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20-04-12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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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후보자나 각 진영의 관계자들의 무분별한 발언이 판세를 요동치게 하고 있다. 미래통합당 차명진 후보의 세월호 막말은 일파만파 퍼져 통합당 내에서도 차 후보를 비난하면서 막말이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골몰하는 모양새고 진보 진영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민주당 180석' 발언은 자칫 오만하게 비춰져 역풍을 몰고 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낙연 선대위원장부터 선 긋기에 나섰다.
         선거에서는 후보자의 자질 문제가 종종 불거지면서 판세에 가장 민감한 요소로 작용한다. 자질이란 선거 초반부터 개개인의 스펙을 따지는 데서부터 출발해 선거운동을 펼치는 과정에 밝혀지는 후보자의 모습까지 다양하다. 유권자들이 전혀 몰랐던 후보자의 진면목이 드러나면서 득표에 도움이 되거나 엄청난 손해를 보기도 한다. 그 경우에는 기존의 정치인들보다 정치 신인인 경우에 더 확연하다.
         예컨대 소방관 출신인 의정부시갑의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후보는 초반 박빙의 승부에서 선거과정에서 시민을 감동시킨 사례가 생기면서 확연하게 선두로 치고 올라오는 모습을 보였다. 코로나19로 소란스러운 선거운동을 자제하면서 걸어서 시민들에게 일일이 다가가다가 한 시민이 갑자기 쓰러지는 모습을 발견하고 곧바로 기도를 확보하고 생명을 살리는 소방관 본연의 모습을 보여 의정부 시민에게 호응을 얻었다.
         반면에 포항의 한 젊은 후보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포항을 '썩은 땅'이라고 표현해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엄청난 여론의 역풍을 맞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8일 포항 남구 오천읍 주민이 가입한 소셜미디어에 한 주민이 보좌관 경력 부풀리기 논란 관련 글을 올리자 "포항 미래와 싸우기도 버겁습니다"라며 "썩은 땅에 새싹 하나 틔우기 참 힘드네요. 그래도 뿌리 내리겠습니다"라고 썼다. 이 글에 시민들은 발칵했고 후보는 곧 "정책대결 없이 흑색선전만 난무한 포항 선거 풍토를 '썩은 땅'으로 빗댔다"며 "썩은 땅은 포항과 울릉이 아니라 지역 낡은 정치권, 구태 선거판을 일컬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우리 삶의 터전인 포항 땅을 비하하고 시민을 우롱한 후보를 규탄한다"거나 "아무리 서울에서 공천받아 왔다고 해도 지역에서 활동한 많은 정치 선배를 썩은 정치로 치부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물론 그 후보자가 진정으로 포항을 '썩은 땅'이라고 생각이야 했겠느냐만 이 민감한 선거국면에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른 것은 평소 스스로의 우월감이 저지른 오만의 결과가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막말이나 말실수로 비틀거리게 되는 선거판에 옥석을 가리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후보자의 말 한마디는 평소의 철학을 나타내는 것이므로 철저하게 조심할 필요는 있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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